사고 도구에 AI가 꼭 필요한가
모든 프로덕트에 AI를 붙이는 시대. 하지만 Dimension은 AI 없이도 작동하는 사고 도구를 지향한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이건 노트 앱과 어떻게 다른지.
2026년에 AI 안 쓴다고?
요즘 새로운 프로덕트를 보면 거의 다 AI가 붙어 있다. "AI가 자동으로 정리해줍니다", "AI가 인사이트를 뽑아줍니다", "AI가 다음 행동을 추천합니다". 프로덕트헌트에 올라오는 것 중 절반은 "AI + X"다.
그런 시대에 사고 도구를 만들면서 AI를 핵심에 넣지 않겠다는 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야기해볼까.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먼저 분명히 해두자. AI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나는 매일 Claude를 쓴다. 코드 리뷰, 글 피드백,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AI는 정말 강력한 도구다.
AI는 보조 엔진이지 조종사가 아니다.
문제는 이거다. AI가 "이 대화에서 전략 레벨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전략 레벨을 탐색하겠다는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AI가 탐색의 빈 공간을 발견해줄 수 있지만, 그 빈 공간을 채울지 말지는 사람이 정한다.
Dimension이 하려는 건 이 결정의 입력값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어떤 고도에 있는지, 어떤 갈래가 열려 있는지, 뭘 안 봤는지를 보여주는 것. AI가 대신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AI를 핵심에 넣으면 생기는 문제
생각은 실시간이다. API 호출 왕복 2-3초가 사고의 흐름을 끊는다. 타이핑하는 속도로 따라와야 한다.
사용자가 많이 생각할수록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 가장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가장 비싼 사용자가 된다.
비행기 안에서, 카페 와이파이 없이, 지하철에서. 생각은 어디서든 하는데 도구가 인터넷을 요구한다.
가장 위험한 것. 사고의 구조화를 AI에 맡기면, 사고 근육이 약해진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계산기가 나온 뒤에도 수학을 배우는 이유가 있듯, 사고의 구조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은 도구가 대신할 수 없다. Dimension은 그 능력을 키워주는 도구이지,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러면 AI는 아예 안 쓰나?
아니다. AI는 보조적으로 쓴다. 핵심 경험은 AI 없이 완전히 작동하고, AI는 선택적 부스터다.
AI OFF 상태에서도 핵심 가치의 100%가 작동해야 한다.
이게 Dimension의 설계 원칙이다. AI는 0번째 의존성이 아니라 N번째 향상(enhancement)이다.
노트 앱과는 다른 카테고리
여기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거 Obsidian이랑 뭐가 달라?" 혹은 "Notion에 플러그인으로 만들면 안 돼?"
위 시각화를 보면, 생각들이 높이에 따라 다른 레이어에 배치되어 있다. "제품 비전"과 "DB 스키마"는 같은 프로젝트의 이야기지만, 완전히 다른 고도에 있다. 점선으로 표시된 곳은 아직 탐색하지 않은 빈 공간이다.
이걸 Obsidian으로 할 수 있을까? 노트를 연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노트가 어떤 고도에 있는지", "어떤 영역이 비어 있는지"는 Obsidian이 추적하지 않는다.
기록 도구가 아니라 사고 추적 도구다.
Notion은 기록한다. Obsidian은 연결한다. Dimension은 추적한다. 지금 이 순간 내 사고가 어떤 모양인지, 어디에 빈 공간이 있는지, 얼마나 오래 한 고도에 머물러 있는지.
이건 노트 앱의 플러그인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도구다.
시작은 좁은 쐐기부터
솔직히 말하면,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걸 한번에 만들 수는 없다. 처음부터 3D 시각화에 실시간 추적에 AI 보조까지 다 넣으면 영원히 출시 못 한다.
DoT 개념을 블로그로 공개. 사람들이 수동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프롬프트 제공.
대화/미팅에서 Z축 고도를 시각화하는 최소 기능. 3개 축 중 Z축에만 집중.
X/Y/Z 전축 추적, 탐색 빈 공간 자동 감지, AI 보조 옵션 추가.
가장 좁은 쐐기(wedge)는 Z축 하나다. "지금 이 대화가 어떤 고도에 있는지"만 보여줘도 사고의 질이 달라진다. 거기서 시작해서 넓혀간다.
정리
세 편에 걸쳐 이야기한 걸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거다.
생각에는 높이가 있고, 그 높이를 볼 수 있으면 더 잘 생각할 수 있다.
1편에서 1D→2D→3D 사고의 진화를 봤고, 2편에서 Z축(추상도)을 깊이 팠고, 3편에서 이걸 어떤 도구로 만들 건지 이야기했다.
다음 단계는 실제로 만드는 것. 프레임워크는 준비됐다. 이제 프로덕트로 증명할 차례다.
직접 써보고 싶다면 — DoT 프레임워크 프롬프트를 Claude나 ChatGPT에 붙여넣으면 바로 체험해볼 수 있다. 대화가 3차원으로 추적되는 경험을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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