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생각을 1차원으로만 정리할까
노트 앱은 넘쳐나는데, 왜 우리 생각은 아직도 한 줄짜리 리스트에 갇혀 있을까. 생각에 X축, Y축, Z축을 부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본다.
생각은 몇 차원인가
Notion, Obsidian, Bear, Logseq, Roam, Apple Notes, Google Keep. 세상에 노트 앱은 넘쳐난다. 그런데 이 앱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생각을 위에서 아래로 정리한다.
제목을 쓰고, 그 밑에 소제목을 넣고, 불릿 포인트를 달고, 또 그 밑에 하위 항목을 단다. 어떤 도구를 쓰든 결국 하는 일은 "리스트 만들기"다.
리스트가 나쁜 건 아니다. 장 볼 목록이나 회의록 정리에는 완벽하다. 문제는 이것이다 — 생각은 원래 리스트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전략을 짤 때, 복잡한 문제를 풀 때, 머릿속은 한 줄짜리 목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1차원: 줄 세우기의 한계
대부분의 노트는 1차원이다. 시간 순서대로, 혹은 중요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 이것을 1D 사고라고 부르자.
전부 X축(시간 또는 순서) 하나로 작동한다.
1D는 직관적이고 빠르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면서 A 주제로 시작했다가 B로 넘어가고, 다시 A로 돌아와 더 깊은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순서대로 기록하면 A → B → A가 되는데, 나중에 보면 A의 맥락이 B에 의해 잘려 있다.
1D에서는 "갈래"가 없다. 동시에 여러 줄기의 생각을 추적할 수가 없다.
한 방향으로만 진행한다. "만약 다른 길을 택했다면?"은 표현할 수 없다.
2차원: 마인드맵의 시대
이 문제를 알아챈 사람들이 만든 것이 마인드맵이다. 중심 키워드에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트리 구조.
한 줄로 이어지는 생각. A → B → C → D. 논리적이지만 갈래가 없다.
분기가 생긴다. A에서 B와 C로 갈라지고, 각각 깊어진다. 마인드맵, Obsidian 그래프 뷰.
분기에 높이가 생긴다. 같은 주제도 구체적 레벨과 추상적 레벨이 다르다.
AI 쪽에서도 같은 흐름이 있었다. Chain-of-Thought(한 줄로 추론) → Tree-of-Thought(갈래를 만들어 탐색) → Graph-of-Thought(갈래끼리 연결). 사람의 사고 도구도, AI의 추론 방식도 점점 차원을 높여 왔다.
2D는 확실히 1D보다 낫다. Obsidian의 그래프 뷰를 보면 노트들의 연결 관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위키 링크를 걸면 노트 간에 관계가 생긴다.
그런데 2D에도 빠진 것이 있다.
갈래를 만들 수 있지만, 모든 노드가 같은 "높이"에 있다.
빠진 차원: 높이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3시에는 구체적 레벨(화면 구성, 버튼 위치, 입력 필드)에 있었다. 3시 30분에는 전략 레벨(이 단계가 왜 필요한가, 지표에 영향이 있는가)로 올라갔다. 3시 45분에는 본질 레벨(온보딩이라는 전제 자체를 의심)까지 갔다.
같은 주제인데 높이가 다르다. 이 높이를 Z축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생각이 Tactical 근처에서 맴돈다.
"깊이 생각한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이 Z축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다시 구체적인 것으로. 좋은 사고란 이 왕복 운동이 자유로운 사고다.
그런데 기존 도구들은 이 높이를 추적하지 않는다. 마인드맵도, Obsidian도, Notion도. 같은 노트에 구현 디테일과 철학적 고민이 섞여 있어도 그저 같은 레벨에 나열될 뿐이다.
그래서: 생각의 3차원
Dimension of Thoughts(DoT)는 모든 생각에 세 가지 좌표를 부여한다.
이 생각이 대화 흐름에서 언제 나왔는가
어떤 탐구 갈래에 속하는가. 활성/일시정지/해결 상태 추적
얼마나 구체적인가, 또는 추상적인가. Ground ↔ Abstract
이 세 축으로 대화(혹은 사고)의 구조를 추적하면, 흥미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0분째 구현 디테일만 파고 있다. 한번 올라가서 방향을 점검하자." — Z축에서 같은 고도에 너무 오래 머문 것을 감지한 것이다.
"아까 비용 이야기 하다가 끊겼는데, 그건 어떻게 됐지?" — Y축에서 일시정지된 분기를 발견한 것이다.
"기술은 깊게 봤는데, 경쟁 상황은 한 번도 안 봤다." — 탐색의 빈 공간(coverage gap)을 찾은 것이다.
이것이 3D 사고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평면 위에 펼쳐놓기만 했던 생각에, 높이라는 차원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
이것은 노트 앱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Dimension은 Obsidian의 경쟁자가 아니다. 노트를 저장하는 앱이 아니기 때문이다.
Dimension이 하려는 것은 사고의 구조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지금 대화에서 어떤 고도에 있는지, 어떤 갈래를 열어놨고 어떤 것을 닫았는지, 아직 탐색하지 않은 영역이 어딘지를 보여주는 것.
노트 앱은 생각을 기록한다. Dimension은 생각의 모양을 보여준다.
지금 바로 써볼 수 있다
도구가 아직 없어도, 프레임워크는 지금 당장 쓸 수 있다. 아래 프롬프트를 Claude나 ChatGPT의 시스템 프롬프트(또는 Claude Projects의 Instructions)에 붙여넣으면, AI가 대화의 3차원 구조를 추적하는 사고 파트너가 된다.
프롬프트를 넣고 평소처럼 대화하면 된다. AI가 대화의 고도, 열린 분기, 탐색 빈 공간을 추적하다가 의미 있는 순간에만 개입한다. "정리해줘"라고 하면 대화의 3차원 궤적을 요약해 준다.
다음 글 — 생각에도 높이가 있다에서 Z축(추상도)을 더 깊이 분석한다. 왜 구현 디테일에 빠지기 쉬운지, 어떻게 하면 전략 레벨과 구현 레벨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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